사주팔자
웃음과더불어
2021-02-06 22:14:05
단톡방에 친구 하나가 <재미로 보는 토정비결>이라는 것을 올렸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림의 떡이다. 왜냐하면 나는 사주팔자를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네 가지가 바로 사주(생년,월,일,시)이고 이것을 간지로 나타내면 모두 여덟 자가 된다. 오늘은 음력 섣달 스무닷새날인데(양력 2월6일) 간지로 하면 경자년 기축월 을유일이 된다.
나는 음력 8월 하순에 태어났다. 그때는 시계가 아주 귀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아버님께서는 별자리를 기억해 두셨다고 했다. 나중에 시계와 별자리를 함께 보고 알려 주시려고 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1) 결국 내가 스물한 살 되던 해에 아버님께서 별세하셨으니 나의 사주 중 하나는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국가기밀"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것 무시하고 사는 것이 내 사주팔자”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사주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참 많다. 숙종 임금이 미행을 납시었을 때 자기와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을 만났단다. 그런데 그 사람은 산골에서 벌을 치고 있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양봉업자이다. 한 사람은 일국의 왕이고 또 한 사람은 산골 마을에서 벌이나 돌보고 있다. 똑 같은 사주인데 왜 이렇게 다른지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노인이 거느리고 있는 벌이나 조선 팔도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수가 얼추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무릎을 쳤다고 했다.
어디엔가 사주를 아주 잘 보는 도인이 있었다고 한다. 용하다고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전혀 안 믿는 사람이 또 있었다. 다른 친구가 같이 가자고 워낙 졸라서 마지못해 따라 갔다. 집에서 키우는 멍멍이 사주를 적어서 갔다. 얼마나 용할까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을 들었나 보다. 면담을 할 때 적어온 개 사주를 내 놓았다. 그랬더니 이 도사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란다. “지나간 초복은 겨우 넘겼다마는 다가오는 중복이나 말복이 걱정이로다”
사주팔자로 인간의 운명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그것은 말하지 않겠다. 숙종 때 인구가 525만명이라고 가정하면 같은 사주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대충 20명은 된다는 계산이다. 벌치는 노인 아니라도 같은 사주를 지닌 사람이 몇명은 더 있을 것이 틀림 없다. 아 그때 숙종이 아주 고령이었다면 다 죽고 하나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뒤의 이야기는 더 웃긴다. 개가 태어나는 시간(두 시간 동안)에는 사람이 태어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의 사주와 사람의 사주가 따로 있는 것이 된다. 다시 생각해보니 개도 시시각각으로 태어난다. 그러니 개의 사주와 사람의 사주가 다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아마도 그 도사는 사주명리학자가 아니고 눈치백단이라는 것이 나의 짐작이다. 도사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는 그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었음에 틀림 없다.
쓰다가 막혀서 달포정도 중단한 사이에 희한한 보도가 또 나왔다. 고위직에서 사퇴한 모 인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품이나 철학 그리고 능력을 거론했다면 그 평가가 나와 달라도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도 사주팔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주류언론이라고 자칭하는 신문에서 하는 짓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칠성아 사주 팔자 그거 민는 사람 아무도 읍써”
“마자 기냥 재미로 한분 보능거야”
“야는 빌것도 아인데 꼭 정새글 하고 덤빈다”
‘야 이것들아 나는 재미로도 못봉께 심통이 나서 그래 밧다’는 말은 입에서만 맴돌다 말았다. 아무래도 다가오는 명절에에는 아버님 꼭 찾아 뵙고 확실하게 여쭤 봐야 하겠다. 제가 몇 시에 태어났는지. 밤중에 태어났으면 혹시 날짜가 바뀐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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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별자리로 시간을 아는 것은 계절에 따라 다르기에 음력 8월 하순을 기다렸다는 것이 어머님의 전언입니다.
주2) 숙종때 인구 (숙종원년 472만-숙종 19년 704만)-우리 역사넷
주3) 같은 사주가 20명이라는 계산은
같은 날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12가지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12×365 가지
60세 까지의 사주는 12×365×80 = 262,800가지입니다
당시 인구가 530만쯤 되면 530만÷262,800=2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