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산길을 걷다가

임재수 2022. 11. 4. 22:20

산길을 걷다가

소소한 일상

2022-01-15 20:29:48


워낙 추위에 약한 체질이라 특별한 경우 아니면 외출을 잘 안 한다. 그렇다고 따뜻한 나라 방콕에섬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햇살이 좋고 바람이 덜 부는 날을 골라 나가서 걸었다. 옆지기가 무릎이 안 좋으니 굽이가 완만한 길을 따라 산속 깊숙하게 들어갔다 내려온다.명색은 내 고향이지만 여기가 어디(지명)는 질문에는 대부분 답변을 못 한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읍내로 나가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산으로 들로 쏘다닌 일이 별로 없다. 물론 방학때는 들어와서 같이 보냈지만 그러했다.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간벌로 여기저기 흩어진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안타깝게도 눈비를 맞아 그대로 썩고있다. 아주 좋은 것도 많지만 거리가 멀어서 포기한다. 물론 그 시절에 비하면 별것 아닌 거리지만 말이다. 마을 가까이 내려와서 (5~10여분 거리) 내외가 몇 개씩 손에 끌고 온다. 산속 도랑에 멋지게 얼어붙은 작은 폭포를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그저께는 샛골쪽(농암면)으로 가다가 깜짝 놀랐다. 상주시가 끝나고 문경시가 시작되는 지점에 사유지라고 울타리를 치고 길을 막아 놓았다. 조금 전까지 산 밑으로 길이 있었고 길 밑으로 논밭이 있었다. 집으로 와서 검색 해보니 길뿐만 아니고 논밭도 산을 조금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길인 줄로 알고 다녔던 곳이 길이 아니라고 막아 놓았으니 처음에는 무척 황당했다.

종교단체 소유인 산을 임대한 양반이 산에서 나는 버섯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 저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저수지가 있고 그 주변에는 농어촌공사에서 다듬어 준 길도 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운동 삼아 걷기에 딱 좋은 곳이다. 버섯이 안 나는 시기에는 좀 열어 주면 안 되나 싶다. 토지를 임대해 줄 때 인근 주민의 여론도 좀 들어 주는 것이 종교단체의 도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바위도 있고
이런 바위도 있고
저 쪽에 우리마을 사람 논밭도 있다는데
얼음이 멋지다
얼음이 멋지다
간벌한 나무가 썩어가고 있지만
몇 개 끌고 내려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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