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잣나무 열매

임재수 2022. 11. 4. 22:22

잣나무 열매

세상과 더불어

2022-01-25 21:46:57


--잣나무 열매가 머야?

--아니 그것도 모리냐?

--자시라카만 대자나!
--이베 드가게 까나야 자시지!

--이거도 자시다.

--아이다. 생긴기 하눌과 땅맨치 다리다카이.
--그래도 그래 불러 준다.
--말도 안대여~
--어이 구거 슨상님 누기마리 만나?
--그 그기 말이야!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거등!
--먼 마리 그러냐! 저래가이고 우째 애들 갈구치써까?

그렇습니다.  규칙적이고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이 바로 말(언어)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닭장에서는 닭이 살고 개장에서는 개가 살지만 모기장 속에서는 모기가 살지 않습니다. 벌집 개미집과는 다르게 뚜꺼비집은 뚜꺼비가 사는 집이 아니니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지요. 한자어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형의 아내가 형수이고 동생의 아내가 제수이며 아내의 남자형제는 처남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아내는 사처도 아니고 사수도 아니며 사모(님)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의 대화로 되돌아 가겠습니다. 차이가 많이 나는데 같은 명사로 부르기도 하고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구분해 부르기도 합니다. 말이란 것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씨를 심어서 밭에서 자라고 있는 것도 콩이고 깍지를 벗겨낸 알갱이도 콩입니다. 바로 앞의 예입니다. 가을에 익은 감 중에서 빨갛고 몰랑몰랑한 것을 홍시라고 감과는 구분합니다. 감과 홍시를 구별 못하느냐고 우(웃)기실 분도 있겠지만 두 가지 콩에 견주면 무척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말이 세분이 되느냐 마느냐는 그 사회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쌀이 소중하니 벼-쌀-밥-떡을 구별합니다. 영어로는 라이스라는 단어 하나밖에 없으니 그들에게는 쌀이 우리만큼 소중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이까"와 "수루메"를 구별해서 말하지만 국어에는 "오징어" 하나만 있습니다. 

 

지난 18일 외손자 데리고 낙동강 생물자원관을 견학하다가 봤습니다.  [잣나무 열매]라는 이름표와 함께 실물(사진 참조)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잣나무 열매>라는 표기를 두고 "그냥 잣이라고 하면 안되냐"고 페이스 북에 올렸더니 "솔방울을 까야 잣이 나온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자신 없는 답글을 달고 오늘에야 국어 사전을 찾아 봤습니다. 

 

[잣나무의 열매]나 [잣]이나 같은 말이라는 점에서는 제가 맞았습니다. 다만 전시된 실물은 [잣]이 아니니 저도 틀렸습니다. [잣송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다음 네이버 두 국어 사전에 근거를 둔 판단입니다. 페친이고 시인인 박일환선생님께서 지적하신 것을 보면 우리의 국어 사전이 헛점 투성이지만 그래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두 사전의 풀이를 소개합니다. 

 

====다음 국어사전===

잣송이 : 잣나무의 열매 송이

잣 : 잣나무의 열매

====네이버 국어사전===
잣 : 잣나무의 열매. 솔방울 같은 단단한 송이에 들어 있으며, 맛이 고소하고 기름기가 많아 기름을 내거나 고명으로 쓴다.

잣송이 : 잣나무의 열매 송이.   속마다에 잣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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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찰을 반드시 한 단어로 달아야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는 생각이 글을 완성하고 올리는 도중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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