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어린 것을 키워야

임재수 2022. 11. 4. 22:52

어린 것을 키워야

땅과더불어

2022-05-23 11:27:56


옆에서 하는 일을 보고 있으려니 속에 천불이 나서 못 견디겠다. 제초제는 쓰면 안 되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낫도 아니고 호미를 들고 풀을 하나씩 헤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뽑는 속도보다 풀이 자라는 속도가 열배는 빠를 것이다. 보다 못해 예초기를 메고 나왔다. 오랫동안 안 쓰던 것이라 시동 거는데 한참이 걸렸다. 왱~왱 요란한 소리를 낸다. 가시 나무 사이 무성한 풀더미 속으로 들어서서 깎고 있는데 누군가 말리고 나섰다.

 

--그렇게 하는기 아이다.

--그만 어느 세월에?

--잘 바! 초군들 사이에 목잘린 아군이 얼매나 많은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자나?

--어린 싹 다 자르만 뭘 키우노?

--저 큰 나무만 키우지.

 

키가 큰 나무는 가만 두어도 풀을 이긴다. 다만 감고 올라가는 덩굴만 제거해 주면 된다. 그리고 몇년 지나면 큰 나무는 죽고 뿌리에서 어린 순이 새로 솟아 오른다. 초군들의 포위망 속에서 시달리는 새순(두릅나무)을 구출하지 않으면 내년이 없단다.

 

--빈대잡는다고 초가삼간 불지르만 안대여

--공비 소탕한다고 기관총 난사하는거랑 같은 거야?
--이야기가 왜 삼천포로 빠지남?

'땅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려가 아니라  (0) 2022.11.04
야박한~  (1) 2022.11.04
무수꽃  (0) 2022.11.04
집안싸움에 내가왜  (0) 2022.11.04
나만 몰랐다  (0)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