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안기부장도 몰라보고

임재수 2023. 2. 22. 20:59
집안 나무들 전지작업은 그만하고 오늘부터 고사리밭 묵은 섶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휘발유를 사러 가면서 아예 예초기까지 싣고 나섰다. 몇 달 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 말을 잘 들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은척농협에서 휘발유 6L를 큰 통에 받아서 CC오일 섞어서 예초기에 넣었다. 그리고 시동줄을 당겼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두어번만에 시동은 걸렸지만 밑으로 기름이 흘러내렸다. 그전에도 그런 적이 있이 있었지만 시동이 걸리고 나면 멈추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벨브를 잠그고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두어 번 반복하다가 농암으로 갔다. 그곳 농협 농기계 수리센터에서는 세 사람이 열심히 기계를 만지고 있었다. 바쁘게 일하는 사람 재촉할 수도 없기에 잠시 지켜보고 있었다. 기다리는 도중에 생각이 났다. 조금 멀리서 예초기를 내려서 다시한번 시도를 해봤다. 단번에 시동이 걸렸고 거짓말처럼 기름도 새지 않았다. 늘재를 넘어서 마을을 거쳐서 고사리 밭으로 갔다. 첫날이라 무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삼십여분 하고 끝냈다.
 
--긍께 사람 무시하는 거 있지!
--멀?
--내 말은 안 듣고 남 앞에 강께~
--ㅉㅉ 안기부장 출신도 빌꺼 아이구만!
--끈 떨어징기 언젠대!
--그만 왕년에는 잘나갓다고?
--그럼, 말썽피우던 것들 내가 근처에만 가도~
--살리 달라고 매달리더나?
--그건 아이고, 번쩍 정신을 채린다는 말을 들엇지!
--물러터진 칠성이 검낼 사람 어대 잇서까?
--학실히 그랫당께!
--사람 아이고 컴퓨터겟지
--마자! 다리한테 그말 들응거 같다.
--긍께 안기부장 아이고 정보부장
--이거나 그거나?
--어이그 하눌과 땅맨치 다리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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