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더불어

생일축하해여

임재수 2022. 11. 4. 17:47

생일축하해여

가족과더불어

2019-08-05 13:59:30

 

예천참한우로 다섯 시까지 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검색해 보니 풍양 어디쯤이었다. 매운탕을 끓여서 잔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한창 좋았던 마을회관을 점심만 먹고 나왔다. 가는길에 볼 일이 좀 있으니 세 시쯤 출발하기로 했다. 집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니 여유가 좀 있었다. 텔레비전 켜 놓고 잠시 쉬는데 엄마가 혀를 끌끌 차면서 참견을 하셨다.

 

엄마 : 또 어델 갈라꼬?
 : 또라니? 무슨 말씀을 서파기 하슈 오랜만에 나가는데
엄마 : 아침에도 나가짜나?
 : 그거야 고기 자브로 가찌요. 매운탕 끄리 가이고 동네 사람 대접항거자나요?
아부지 : 마따 그거는 참 잘 해따
엄마 : 어제도 나갓자나? 그리고 낼도 나갈거지?

지나간 일은 그렇다 치고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내일 일정까지 훤하게 꿰뚫고 계시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실대로 고할 수밖에 없었다.

 : 어제 오후에는 회관에서 아지매들하고 화투쳐서 돈 땄어요. 그리고 낼은 대구 구미 양산사는 친구들이 휴가라서 함께 모이니 어쩔 수 읍자나요
엄마 : 아지매들 돈 땃다고? ㅉㅉ 한특 내야 할 사람이! 철이 운재 들꼬? 그리고 들깨 논에 풀이 산인데 그건 운재 매노?
 : 이키 더분데 시가민서 해야지요. 진짜 농사꾼도 아인 내가 우째 그키해요.

아부지 : 그건 아이다! 남들 일하는데 덥다고 나 댕기만 나매 속 디비는 거다. 들안자서 선풍기 키노코 공부나 하든~
엄마 : 학교 졸업항기 운잰데 영감은 아직도 공부타령이요?
아부지 : 무슨 소리여 공부는 평생 하는거여!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냐? 출필곡반필면이란 말대로 자세히 말해 바라.
 : 딸 생일인데 몰라씀니까?
엄마 : 어지가이 요란 떨어라! 쌀밥에 미역국 끼리 주만 대자나? 크는 아 생일 머 대단하다고?

 : 그냥 생일 아이고 항가비라니까요?

엄마 : 보라미가 범띠 맞지?

 : 뜬금업시 보라미는 왜?

엄마 : 그러니까 오느리 갸 생일인데 항갑은~

 : 지딸 말구요 아부지 엄마 둘째딸 영순 그러니까 황시리 항가비라 한턱낸다는구먼요

엄마 : 가 생일은 칠을 초이튼날인데 ~(한참 손가락 꼽더니)~ 블써 지나가짜나?
 : 어제인거는 맞구요. 하지만 하루 늦차서 토욜날이라고 오늘 한데요
엄마 : 그럼 보라미는 지 생일날에 다리 생일 어더 먹는 세미네! 우째 이런 일이

 : 머 그러키 대써요.

 

그러다가 눈을 떠서 보니 오후 세 시가 거의 다 되었다. 허둥지둥 준비를 해서 출발했다. 은척 농협에서 현금을 찾아 정미소에서 쌀을 한 포 싣고 자동차에 기름도 넣었다. 상주 시장으로 가서 단골 야채 가게에서 장을 봤다. 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고 주문을 덜 받아서 없거나 모자란 식품이 좀 있었다. 다른 가게도 찾았고 목적지 근처인 농협하나로마트까지 방문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지각만 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 서니 벌써 모두들 모여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내가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남의 사진을 많이 찍어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혈육의 일인데 그러지 못했다. 마음이 바빠서 그랬다고 변명을 하고 보니 어울려 다니면서 놀았던 일뿐이었다. 그래서 미안했는데 누님께서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누님은 올개 일흔셋인데 사진도 찍으시고 사진을 모아서 동영상도 만드시는 등 열심히 배우시면서 살고 계신다.

 

주인공은 육남매 중의 셋째로 내 바로 밑의 동생이다. 농사짓는 집에서 태어나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아버님께서 오로지 장남만을 제일로 아셨기에 철부지 어릴 때부터 동생은 들에 나가 김을 매고 밥 짓고 빨래 하고 온갖 고생을 다했다. 그리고 아버님 세상 뜨신 후에는 공장 생활을 했고 나는 그 덕에 학교를 마칠 수가 있었다. 그 점에서 나는 참 빚을 많이 진 사람이다. 스물다섯에 문경시 영순면 포내리 평해황씨 집안으로 출가를 했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는데 사위를 보고 외손녀까지 얻었다. 어려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남은 생에는 많은 복 누리기를 축원 드린다.

 

우리 육남매 그리고 그 자손들 한자리에 모이니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동생네 외손녀 강지현 우리 외손자 이환희 둘이서 사이좋게 노는 모습이 무척 보기가 좋았다. 얘들이 벌써 육촌간이니 세월이 무상하다고 해야하겠다. 사정이 있어서 참석 못한 사람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에는 다함께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우리 육남매의 건강과 화목과 행복을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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