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종료를 하루 앞둔 12월 7일에 사이소주문을 알리는 문자가 떴다. 집에 가서 넓은 화면으로 확인하려다 주말이니 배송이 급하다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열었다. 어두운 눈에 서투른 솜씨로 천신만고 끝에 관리자페이지에 접속하여 보니 절임배추 주문이었다. 판매를 종료시켰다고 믿었더니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다. 작업장 책임을 맡고 있는 정00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1상자 여분은 있다고 하셨다.
잠시 한숨을 돌리다가 다시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조금 뒤였다. 1상자라도 주문이 들어 왔다는 것은 판매 종료를 제대로 안 시킨 것이다. 또 다시 주문이 들어온다면 큰일이다. 만사 제쳐놓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접속을 해 보니 12월 7일 이후 발송분은 분명하게 품절처리가 되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처리가 안 된 1상자가 남았다가 이번 주문과 동시에 자동 품절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출고일자가 11월22일이고 도착일자가 11월23일이다. 배송날짜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렇다면 중대한 실수다. 그런데 왜 항의가 없었지? 주문하신 분도 정신이 없나? 보내놓고 송장 번호 입력을 까먹었을까? 도깨비한테 홀린 듯 한참 헤매다가 주문 시간이 바로 조금전(12월7일 17시 ??분)인 것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문하신 분께 전화를 넣었다. 그날만 재고량이 1상자 남았으니 날짜도 안보고 그냥 주문하신 모양이다. 저번에 주문했더니 마음에 들어서 다시 주문했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 한마디에 그 동안의 번뇌가 봄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다음날인 8일에 1상자 보내기로 하고 상담을 끝냈다. 지나간 날짜를 선택하신 그분도 실수를 하셨고, 그렇게 주문이 되도록 허락한 기계(전산)도 실수를 했다. 실수가 잦은 나야 뭐 말할 것도 없다.
할인 금액으로 사먹고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는 정상가를 주고도 사 먹는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유통취약농가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할인을 하는 취지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해 나갈 자신은 없다.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또 어디선가 들려온다.
--ㅉㅉ 정신좀 채리고 살거라!
--결가적으로 잘댄거 아임니까!
--멀 잘햇다고!
--마자! 오발탄에 마자서 산도야지 쓰러진걸 가이고 잘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