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더불어

풍선 이야기

임재수 2024. 1. 21. 15:59
어린 시절 무척 가지고 놀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고무풍선이었다. 어쩌다 하나 생기면 애지중지했다. 불면 터질세라 만지면 닳을세라 조심스럽게 불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을 해도 이삼일 지나면 터지게 마련이었다. 빵 터지고 나면 얼마나 속이 쓰리고 아까웠던지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시절에는 우리 동네에도 점빵(가게집)이 있었는데 4절 정도의 빳빳한 종이 위에 여러 가지 풍선이 그리고 밑에는 번호표가 달려 있어서 뽑기 형식으로 구입했었디. 그 가게집 주인은 나에게는 당숙아저씨였는데, 가끔 부모님 심부름을 가면 덤으로 과자 하나씩 얹어 주셨다. 과자 대신에 고무풍선 하나 주시면 참 좋겠는데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은 하지 못했다. 가끔 오는 엿장수 아저씨들의 지게 위에도 고무 풍선은 있었고 부모님 따라 농암장에 갔다 온 아이들도 풍선 하나 사서 뽐을 내며 불었다.
그런데 어느 핸가 우리 꼬맹이들 사이에 값싸고 질좋은(?) 풍선이 대량으로 유통된 적이 있었다. 우리 동네 이장집 아들이 가지고 다니면서 친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몇 푼 받고 팔기도 했던 것 같다. 불기 전에는 쭈쭈바 껍질 정도의 크기가 불면 엄청나게 커졌다. 우리는 풍선의 용도를 아무도 몰랐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불고 다니고 바람을 넣어서 날리기도 하고 놀았는데 아무도 제지를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어른들도 그 용도를 몰랐을 것으로 추측한다. 어쩌면 선생님들께서는 알았지만 모른 척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시내 나들이를 나갔더니 요란한 복장의 아가씨 둘이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 뒷면에는 풍선으로 장식한 아치가 있었다. 갑자기 어린 시절의 풍선이 생각이 났다. 요즈음이야 행사장에서 풍선을 공짜로 나누어 주고, 풍선 터뜨리기 게임도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랬다. 물론 다른 모든 것이 귀했던 시절이었지만(2013.9.28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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