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더불어

그림솜씨

임재수 2024. 1. 23. 17:57
어린 시절 나는 그림을 잘 못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 못 그리는 이유는 내 손재주가 없는 탓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림을 그리는데 자와 컴파스를 이용했습니다. 길다란 사다리꼴 기와지붕을 그리고 반달처럼 생긴 초가지붕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색칠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는 이럭저럭 지내고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본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여년전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이 등장했습니다. 386 컴퓨터에 도스를 이용하던 시절인데 잡지(PC라인?)에 실린 광고를 본 나는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아, 나도 이제 그림을 잘 그릴 수가 있겠구나! 그래서 나는 거금(?)을 주고 그 프로그램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설치를 하여 그림을 그려 봤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엄청 실망이었습니다. 동그라미나 사각형 등 도형을 정확하게 그리고 색칠을 정확하게 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은 초등학교 시절 자와 컴파스 그리고 크레파스가 컴퓨터로 바뀐 것뿐 예쁜 그림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컴퓨터 연수를 갔을 때 옆에 앉은 선생님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하 그림은 손재주만이 아닌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손재주만 없는 게 아니라, 예술적인 감각이고 할까 심미안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10여전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정보담당을 하면서 학교 홈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나모 웹에디터 4.0을 이용해서 사진과 문자 교가 음악 등을 넣은 기본적인 홈페이지였습니다. 옆에서 보던 딸이나 집사람의 평은 한마디로 “촌스럽다”였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을 하다가 몇몇 화가분들과 영광스럽게도 페친이 되었습니다. 시사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같고 살아가는 태도 등에서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친구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올린 작품이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예술(미술)에 대한 무지함을 스스로 느끼게 되고 그 옛날이 생각이 났습니다. (14.3.20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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