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달리기 시합을 했다.
보나마나 꼴찌였다.
"호는 집에 가서 놀아"
일등을 한 항호는 기고만장해서 소리치며 돌아 갔다.
"은이는 2등이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에 일등을 할 수 있도록"
은이는 나를 보고 씩 미소를 짓고 사라졌다.
"수야 임마 너는 못하면 잘할려고 노력해야지, 오늘 집에 가지 말고 계속 연습해야 되"
"아이 씨 해도해도 안 되는 데요"
그러면서 옆을 쳐다 봤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응원하러 따라 나섰던 마누라도 할머니도
"이게 다 임마 너를 위한 거야"
선생님께서 알밤을 딱 먹이신다
눈을 떠 보니 모두들 잠이 들어 세상이 고요하다.
몇년전까지 나머지는 아이들을 다스리는 유일한 무기였다.
"지금부터 걸리는 사람은 나머지 하기다."
약삭빠른 아이들은 몸조심한다. 지금까지 한 두번 지적 받은 것은 모두 무효이고 1~20분만 잘 견디면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이미 몸으로 터득하고 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아이들이 조금 있다. 종례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가 담임교사에게 아이들을 인계 받는다.
담임께서 아이들에게 알밤을 먹이시며 한마디 하신다.
"요녀석들 또 걸렸구나"
"나도 일찍 퇴근해서 할 일이 많은데 야들이 나를 안 보내 주네요"
그 말을 들은 00가 반색을 하며 말한다.
"그러니까 왜 나머지를 하냐고요?"
"이게 다 임마 너를 위한 거야"
몇십년 교직 생활에 나한테 걸려 나머지하던 아이들 이제는 대부분 어른이겠지만 다 잘있겠지 (2014.3.29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