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공정한 심판

임재수 2024. 8. 9. 11:36

동네 방구대회가 열렸고 민수와 구민이가 맞붙었다. 어느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건곤일척의 승부였다. 다섯 번의 시합에서 세 번만 이기면 최종 승자가 된다고 했다. 경기마다 3명이 심판을 보고 그 중에는 양쪽에서  추천한 사람이 한 명씩 포함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마다 단독 심판(1차전-동근, 2차전-홍월, 3차전-진수)이었다. 민수쪽에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용선이는 "관례는 관례일 뿐 경기의 진행은 협회장인 자신의 고유권한이라고" 잘라 말했다.

두 차례의 경기에서 구민이가 모두 승리했지만 불공정시비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이런 경기는 난생 처음이라고 모이는 곳마다 쑥덕거렸다. 경기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민수는 악을 쓰고 다녔다. 심판 둘을 고소한다는 말도 했고 국제 방구 연맹에 제소한한다고도 했다.

3차전 심판으로 지명된 진수는 그 다음 날 경기를 열었다. 그리고 구민이의 부전승을 선언했다. 경기 시간이 되어도 지정된 장소로 민수가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기 시작과 거의 같은 시간에 우편물을 받아서 참가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민수는 주장했다.

경기 일정을 하루 전에 속달 우편으로 발송했으니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진수는 말했다. 쌍방이 합의하여 경기일정을 잡고 미리 홍보하여 관중들이 보는 가운데 경기를 여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라는 의견에도 "관례는 관례일 뿐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칠푼 : 너무 심항거 거 아니야?
용선 : 왜? 내가 심판 밧어?
칠푼 : 모두 니가 골랏응께!
용선 : 팔은 안으로 굽는거야,  예전에도 다 ~
칠푼 : 이키 표나게 한 즉 읍섰다!
용선 : (혼잣말로) 실력차가 너무 심항께 살짝 바 조서는 끼꾸도 안 하는데 쩝!
칠푼 : 무신말 하넝거야?
용선 : 아, 아무 말도 안했어.
칠푼 : 판정도 그렇고 기본이 안 댄 사람 골라 쓰만 그 욕 즌부 니가 덮어 쓰여!
용선 : 그~어래? 앞으로 고려해 보깨(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용선 : 여보세요, 저 용선인데유 앞으로는 시~심판을 고릴 때 @#%&^& !@*$%~
00 : 야가 머라카노? 실력으로 이길 수만 있다면, 내가 머할라고 그카갠노? 근대 생각 좀 해바라! 존경 반는 사람이 머할라고 니밑에서 심판하노? 택도 읍다카이!  그런 사람 아무리 찾아 댕기도 읍다 이기라. 동네 사람 모이 가꼬 쑤군대는거 별거 아이다.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개기만 대는기다 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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