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르모II

임재수 2024. 8. 7. 12:05

새학교에 부임을 하니 일부 선생님들이 르모II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모니터와 컴퓨터 그리고 프린터까지 하나로 결합되어 사용하기 간편한 것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글쓰기 이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워드프로세서 전용기였다. 1992년 3월 대부분의 교사들이 아직 육필로 문서를 작성하던 시대였다. 이찬진씨가 개발한 ᄒᆞᆫ글(1.?버전)을 전부터 사용하던 나는 물론 르모II 는 사용해 본적도 없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점이 하나 있었다. 르모II로 인쇄한 후 다시 복사하고 오려서 출제원안지에다 풀칠을 해서 붙였다. 붙인 부분과 원안지의 경계 지점에 교감선생님이 도장도 찍었다. [휘발성 잉크라서 시간이 지나면 백지가 된다. 전년도에 감사를 받으려고 출제원안을 내 놓았는데 아무 것도 안 보여서 소동이 벌어졌다]는 말은 한참 뒤에 들었다.

그냥 두면 다 날아가서 백지가 되는 것은 이제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즈음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받은 영수증을 저렇게 스캔해서 보관한다. 부피가 적어서 공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칠푼 : ㅉㅉ 나보다 못한 양반들이 금사라고!
팔푼 : 왜?
칠푼 : 턱할비 영수정이 항개도 안 뷘대여!
팔푼 : ㅉㅉ 세상 물정 몰라도 한참 모린다!
칠푼 : 누기 보고 하는 말이야?
팔푼 : 니들 채점한 답안지 3년 이상보관했다며?
칠푼 : 감사반이 보자고 하만 비 조야 항께.
팔푼 : 육개월 지나서 폐기했다고 하만 끝이야!
칠푼 : 아 그렁께 빵상자 이머시기처럼 무작정 우기라고?
팔푼 : 우기는 기 아이고 규정이 그렇다!
온푼 : 팔푼아, 규정 따지고 나서다가 더 큰 꼬투리 잡히는 수가 있다.
팔푼 : 그만 이머시기는?
온푼 : 무작정 밀어 주는 윤모가 있엉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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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놓고 공개하기 직전에 문의를 해 봤습니다. 오래 교무를 맡았고 감사 받을 때 자주 참여했던 동료 선생님께. 전년도 답안지만 보고 갔지 1년도 더 지난 답안지를 요구한 적이 한번도 없었답니다. 그러니까 3년치를 보관해야 한다고 우긴 것은 "약한 자의 슬픔" "알아서 긴것"으로 보입니다.

스캔해서 보관중인 법카 영수증(화면갈무리)

검색을 해보니 르모II 사진이 있네요 구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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