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친구에게 알밤을 보내며

임재수 2024. 9. 22. 19:03

친구에게 알밤을 보내며 
 
여보게 친구 내 알밤 좀 주웠네
혼자 먹기가 염치없어 조금 보낼 터이니
맛있게 드시게 
 
아침잠이 많고 동작이 둔한 나에게도
이렇게 많이 남겨 둔 인심 좋은 이웃들,
어디 사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방치해둔 너그러운 주인과,
그리고
풍성한 가을을 가져다 준 바람과 햇볕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마시게 
 
혹시 고기 맛이 난다면 그것은 아마
저 미물들이 자네를 위해
스스로 몸을 던져 보시하는 것 
 
고백하고 맹세하건데
나는 자네를 위해
그 작은 것들을 잡아서 알밤 속에 섞어 넣을 만큼
열정적이지도 못하고
시력도 좋지 않다네
(2014-10-05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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