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더불어

불립문자

임재수 2024. 9. 6. 09:34

"불립문자"라는 말도 있고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승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소통이다. 세상이 다 알아주는 시인께서도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말을 할 밖에 없을 것이다.

어제 도착한 박상률 작가님의 시집을 열어 보니 저같이 둔한 사람도 알아 듣기 쉬운 말씀들이 가득했다. 맨 앞 '시인의 말'에 다음과 같이 나와서 한마디 보탭니다. 보내주신 시집 고맙게 받았습니다. 틈틈이 읽어 보겠습니다.
"~절집의 선가에선 아예 언어와 문자를 내치는/ 불립문자를 주창했으리라//나는 말을 내치지 못하고/ 또 시집을 엮는다"

첫번째 시 "그케 되았지라"는 페이스북에서 엄마한테 내가 한 말 "엄마 그기도 전화 되여?"를 떠올리게 한다.

그케되았지라//박상률//
아버지의 옛 친구가/아버지 돌아가신 줄 모르고 전화했다./어머니가 전화 받자 안부 나눈 뒤/친구 바꿔 달라고 했다.//
산에 있어 전화 못 받지라/언제쯤 돌아 온다요?/안 돌아오지라. 인자 산이 집이다요/예? 그람 죽었단 말이요?/그케 되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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