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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는 개뿔~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를 동기회에서 만났다. 페이스북에서 내 글 잘 읽고 있다는 말을 했다. 5십년도 더 지난 일을 어찌 그리 자세히 기억하느냐는 감탄이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기대했지만 없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코흘리게 시절 총기가 좋기로 온동네 소문난 칠성이었다. 대여섯 살 때 우리 가족은 물론 할매 큰아부지 큰엄마 생일까지 줄줄이 다 읊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것 저것 물어 보면서 혀를 찼다는~ 친구1 : 그렁께 자내는 치메 걱정 읍겠어! 칠성 : 내가 말이야 총기가 좋다고~ 친구2 : 그거 다 필요읍당깨. 친구1 : 먼말? 친구2 : 어릴 때 일만 잘 기윽하만 얻다 쓰나? 어재 한 것도, 아니 한 시간 즌애 일도 기역 모하민서~ 칠성 : 그래 니 잘났다!

추억과더불어 2024.03.13

숙제 검사

책장을 뒤지다가 묵은 책 한권을 발견했다. 중학교 2학년때 담임이셨던 문몽식선생님의 시집 [바람은 가고]였다. 선생님의 제자이며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선배로부터 받은 책이다. 생각해보니 벌써 삼십년이 다 되어 가는 일이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몇 장을 넘겼다. 그냥 모셔두기만 했던지 내용이 전혀 생소했다. "나는 시를 모르니 국어 선생인 자네가 잘 읽어 보시게"라는 당부의 말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뜨끔했다. 사실 명색은 국어 교사였지만 나는 시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만 지도서나 자습서에 의존해서 전달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시험에도 안 나오는 작품을 읽어 낼 여유와 능력 그리고 관심마저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무심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오늘에야 다시 책을 펼쳤다. 그 중 [대치고개..

소소한일상 2024.03.09

사흘의 열정

해마다 삼월이면 동그라미를 그리고 하루를 조각조각 나누어서 책상 위에다 붙이곤 했다 며칠도 못가서 흐지부지 중도무이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지만 자와 콤파스를 들고 철없는 아우들이 그날의 나처럼 각오를 다질 때 한발 물러서서 한심한 눈초리로 바라보기만 했었다.. 작심삼일 그것마저 안하면 사흘의 열정 그것마저 없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 2014년 3월 4일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더니 군살이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줄이려고 하니 마음에 안 드는 곳도 참 많습니다. 뭐라구요 다이너마이트가 아니라고요? 그냥 대충 넘어갑수다. 다~다 다이~ 작심삼일 해마다 삼월이면 생활 계획표를 짜서 책상 위에다 붙이고 다짐을 하곤 했다. 며칠 못가서 흐..

추억과더불어 2024.03.03

담배꽃

담배꽃이 저렇게 고운 줄 예전엔 몰랐습니다. 2년간 담배농사를 지은 적도 있지만 담배 꽃을 본 기억이 아예 없습니다. 아참 담배농사는 아버님 지으셨고 저는 여름 방학때만 나타났습니다. 따 놓은 잎담배 지게로 져 날랐습니다. 새끼줄로 엮어 놓은 것 건조대에 올라가서 달았습니다. 분탄에 찰흙 섞어 반죽해서 불도 피웠습니다. 다른 일은 모르고 그것마저 48년 전 아버님께서 별세하시면서 끝났습니다. 저 사진으로 보면 개화시기는 6월 말이네요. 여름 방학은 7월 말부터 시작되었으니 그때는 꽃을 볼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무성한 잎을 따기 위해서 꽃이 피기 전에 모든 순(곁순 포함)을 잘라 주어서 꽃을 피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꽃이 있어도 일에 지치고 바쁜 제 눈에 안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나를 보..

추억과더불어 2024.03.02

먹거리

들풀 : 마음이 먹거리라네요! 칠성 : 먼 말이유? 들풀 : 마음만 먹으면 다 댄다는 말이 있지요! 칠성 : 먹어도 사알이 못가만 조은 먹거리는 못대유! 들풀 : 그건 또 무슨 말이유? 칠성 : 작심삼일이 그른 뜻 아니엇수? 들풀 : 와 유식한 임슨상님! 칠성 : 어~흠 내가 이래 봐도~ 들풀 : 사알 날 가도 똥만 참으만 배 안고파유! 칠성 : 어매! 사람~ ============= 아 그런데 제가 잘 못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먹거리도 사흘 가는 것이 없었습니다. 마음이 최고의 먹거리라고 인정하겠습니다.

웃음과더불어 2024.03.01

불한당

오랫동안 노총각으로 남아 부모님 애를 태우던 돌쇠가 드디어 장가를 들었다. 바다 건너 멀고먼 도이칠란드에서 온 색시라 했다. 새집을 짓고 분가를 하던날 칠성이 영감이 당호를 지어왔다. 다른 사람 보기 전에 먼저 보시던 이장양반이 얼른 감추었다. 그리고 귓속말도 칠성이 영감에게 귀뜀을 했다. "너무 길어요" 당호는 "독한 사람들이 사는 집"이었다. 독일 사람과 한국 사람이 부부가 되었으니 잘 살아야 한다는 염원을 담았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돌쇠 친구였던 마당쇠마저 장가를 들었다. 이번에는 그 이웃나라 프랑스가 처가라고 했다. 세상은 바야흐로 국제회의 시대라고들 탄성이 나왔다. 노총각 둘이 한 해에 장가를 가니 마을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칠성이 영감은 당호를 지어왔다. 이장양반 이번에도 얼른 ..

웃음과더불어 2024.03.01

눈오만

--머? 눈오만 휴무였다고? --그시절은 그랬지! --삽들고 빗자루 들고 눈 치우러 안 갔어? --분수리(대대 소재지)에서 광탄 면소재지까지 2차선 도로 싹 치왔지! --힘 안들었슴미까? --교육훈련에 비하만 식은 죽 먹기여! --그래 맞아, 교육 훈련 때하고 달리 막걸리도 한잔 걸치는 여유가~ --긍께 공부가 싫었군요 --원체 약골이라서 너무 힘들었지. --ㅉㅉ 저런 약골을 가방끈 길다고 무조건~ --맞아, 사람은 각자 쓰임새가 다 있는데 --참으로 맞는 말씀이지만, 나머지 공부 악착같이 시킨 샘께서 그런 말씀하시면 안되지요. --뉘신지요? --00중학교 00회 졸업생입니다. --그게 다 너~ 너를~ 미 미안*(&^$~

추억과더불어 202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