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라
웃음과더불어
2020-06-06 23:16:50
나이로도 살만큼 살았고 집안 형편도 좀 넉넉하고 자손들도 많은 사람이 죽으면 우리 마을에서는 “국상”이라고 한다. 표준어로는 “호상”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 동네서는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조문객도 많고 먹을 것도 풍족하니 나랏님이 죽은 국상에 비유해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어느 마을에 국상이 났다. 영감님이 살아 계시는데 마나님이 먼저 죽었다. 국상이다 보니 동군(상여를 매고 산소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장난을 좀 심하게 쳤다. 상여가 나가다가 못 간다고 버티면 상주들이 노잣돈을 놓고 절을 해야 한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서도 장난을 쳤다. 그러다가 그만 상여가 돌담을 들이 받았다. 그리고 그 충격 때문인지 어쩐지 고인이 깨어났다.
몇 년을 함께 살다가 다시 마님이 죽었다. 영감님이 아들 딸 그리고 자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신신당부를 했다.
“우리 가문 흉 안 잡히게 노잣돈 처음부터 넉넉하게 놓고 절해라”
그리고 상여가 골목을 나갈 때는 매달려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야들아 조심해라! 얘들아 조심해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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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의 이야기는 상산고등에서 함께 근무하셨던 노종식 교장선생님(당시는 교감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인데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