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더불어

세배돈 투정

임재수 2022. 11. 4. 17:10

세배돈 투정

가족과더불어

2019-01-06 23:05:42


"신난다! 세배돈 받았다"

0호가 신이나서 자랑을 했다. 파란색 백원짜리 종이돈이었다.
"와 좋겠다! 누구한테 받았나?"
그러면서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십환(일원)짜리 동전 둘 그리고 오십환짜리 동전 하나가 손에 잡혔습니다.
"응 아빠가 주셨다!"
"야! 나도 세배돈 받았다"
0성이가 십원짜리 종이돈을 여러 장 쥐고 흔들면서 나온다.
0은이도 부러운 듯이 바라 보며 물었다.
"얼만데? 누가 주더냐?"
"엄마가 주더라! 얼만가 같이 세 볼까?"
"하나, 둘 ~아홉, 열" 0호와 0성이는 같이 합창을 하면서 세었습니다.
"와 너도 백원이나 받았네, 나하고 똑 같다." 
 
갑자기 나는 심통이 났다.
"야들아 우리가 몇 살인데 아부지 엄마한테 세배돈 받나!"
그러자 0은이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나이 먹어서 돈 버니까 돈 드리고 세배해야지! 쪽팔리게 세배돈 어예 받나"
그러자 누군가 반격을 해 왔다.
"그럼 너들은 돈 드리고 세배했나?"
갑자기 말문이 탁 막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세배돈 받은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리고 약이 올랐다. 그래서 동생들을 꼬드겼다.
"야들아! 아부지 엄마 보고 싶지?"
"응 보고 싶다"
"나도 보고 싶다"
"그럼 우리도 세배하러 가자 세배돈도 얻고"
"야 신난다!"
그래서 나는 동생 둘을 데리고 소주 한 병 포도 한 송이에 일회용 컵 하나를 챙겨서 들고 부모님 댁을 찾았다.
접시에 포도 한 송이 올려 놓고 소주 두 잔 부어서 삼형제가 나란히 절을 하였다. 소주 한잔은 부모님 두 분이 나누어 마시고 나머지 한잔은 내가 먼저 마시고 동생들도 한모금씩 마셨다.
그러다가 기회를 봐서 바로 밑의 동생 옆구리를 찔렀다
"아부지, 세배돈 안 주십니까?"
그리고 막내 동생도 말을 했다
"다른 집 아들은 다 세뱃돈 받아서 자랑하는데요"
그러자 아버지께서 나를 째려 보신다.
"네가 시켰지?"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잘 한다, 형이 되 가이고 못된 짓만 시키고"
"죄송합니다, 그만 갈랍니다"
그리고 다시 두번 절하고 동생들과 내려 오는데 길목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돈 좀 주까?"
어머니께서는 허리춤에 매단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 속에서 동전을 꺼내어 나와 동생들에게 하나씩 주셨다.
"때가 댔는데 밥 안주고 머하노?"
갑자기 들려오는 아버지의 고함 소리에 어머니는 허둥지둥 달려가셨다. 자세히 보니 십환짜리 동전이다. 주머니에 넣고 산을 내려 오다가 중간에 확인하니 없다. 동생들도 없단다. 빠뜨린 동전을 찾아 길을 거슬러 올라 갔다. 길가에 십원짜리 동전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나와 동생 둘은 정신 없이 주워 담았다. 한참 정신 없이 줍다가 옆을 보니 동생 둘은 어디로 가고 아내가 옆에서 동전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동전이 갑자기 굴밤으로 변했다. 
 
지난 9월 13일 벌초를 했습니다. 고조부님 자손들이 모두 함께 모여서 하는데 저와 막내 동생은 외딴 곳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하다 보니 부모님 산소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내와 함께 부모님 산소를 찾아 확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부모님께서 세배돈으로 굴밤을 주셨습니다.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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