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친구 하나가 장터 한 모퉁이에다 주막을 차렸다. 힘들게 시작한 사업 주막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 주라고 아우들을 모아놓고 현덕이 부탁을 했다.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장비가 유달리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며칠후 이웃 마을 조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하면 안 된다. 강압적으로 손님을 끌고 가다니 고소하겠다. 아우들 단속 제대로 하라"고 흥분해서 쌍욕을 퍼부었다.
낌새가 이상해서 둘러 보니 장비가 안 보였다. 가서 잘 살펴보고 오라고 믿음직한 관우를 주막으로 보냈다. 도착했을 때는 주막이 비좁을 정도로 손님들이 넘쳐났다. 졸개들 여러 명이 술상도 나르고 부엌에서 불도 때는 등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 높여서 지시를 내리는 장비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관우를 보더니 꾸벅 머리를 숙여 있사를 했다.
장비 : 시야가 우째 여까정?
관우 : 니야말로 머하는 짓이냐?
장비 : 당부하셧자나요. 밀어 조야 한다고 큰성이~
관우 : 니는 가만 이써만 도와 주는거여!
장비 : 그기 무슨 말씀이유 시방? 아무리 성님이지만 너무항거 아닝겨?
관우 : 힘으로 손님들 끌고 간다고 고소한다고 조조가 날뛰더라!
장비 : 머요? 그자석 미칭거 아니요?
관우 : 내 보기는 니가 제 정신이 아니다. 형님도 걱정이 많으시다!
장비 : 아니 내돈 가이고 한잔 산다는대 고소는 무슨?
관우 : 얼라들 시켜서 손님들 강제로 끌고 옹거 아이고?
장비 : 머요? 내가 딧골목 양아친 줄 아시요? 글고 알력 시대는 거한지 오래요!
관우 :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할건대?
장비 : 이러캐 다리 한분 노아 주는 기 우리 이웃이 할 도리라요. 그담은 쥔양반 솜씨고 복이지요. 내가 머 재벌도 아니고 더이상은 안 대지요.
지난 주말 황룡국민학교 1회 졸업생 동기회가 전라북도 군산(장군도)에서 있었습니다. 머시마지지바(ㅋ 그날 사용한 용어ㅋ) 모두 여덟 명이 모여서 1박2일의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쉿 남녀 짝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은 안 비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막걸리 여섯병 사갔습니다. 은자골 탁배기는 우리 지역(은척면)에서 생산하는 유명한 술입니다. 십여년전 우리집을 지을 때 서울에서 온 목수께서 떠날때 한상자 사서 갔습니다. 아참 우리 마을(가리점친환경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한 두부도 가져갔습니다. 저 위에 나온 가르침(장비의 마지막 대사)을 떠올리며 제가 잔머리를 좀 굴렸습니다.
--강제로 손님 끌고온 장비보다 더하네!
--뭐가?
--저렇게 막걸리 빙 들고 사진 찍은거!
--그건 말이야 고향 술이라고 모두들 자발적으로!
--그런데 두부 사진은 왜 읍나?
--잘 보만 보일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