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바눌로 재를 치다
땅과더불어
2020-03-25 22:24:36
"돗바늘로 재를 치우는 일"**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지은 비닐하우스 안 바닥이 고르지 않아서 하는 정지 작업입니다. 먼저 바깥 쪽의 흙을 길게 도랑처럼 삽으로 걷어서 안쪽으로 옮겨야 합니다. 환기창을 통해서 그냥 안으로 던져 넣기도 하고 작은 손수레로 운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쪽 상대적으로 낮아서 물이 고이는 곳에 고르게 폅니다. 이렇게 하면 쉬울까 저렇게 하면 힘이 덜 들까 온갖 잔머리를 굴리지만 뽀족한 수가 없습니다. 어려운 작업을 두고 요즈음 "삽질"이라고 하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며칠째라고 하지만 워낙 방거치가 하는 일이고 그것도 하루에 두 시간밖에 못하니 일의 양은 보잘 것 없습니다. 그나마 이웃집 아저씨가 골을 타고 두둑을 만들어 주시려고 벌써 관리기를 끌어다 놓고 가셨네요. 나머지는 내년 봄으로 미루고 내일은 마무리를 해야 하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하우스를 왜 지었는지 요즘 후회가 막심합니다. 보조금만 탐내는 가짜 농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열시미열시미 열시미 ㅠㅠㅠㅠㅠ.
**돗바늘 <돗자리나 가죽, 이불 같은 것을 꿰매는 데 쓰이는 굵고 큰 바늘> 다음국어 사전
**"일이라면 돗바늘로 재를 쳐요"라는 말은 우리 형제가 일을 잘 못한다고 엄마가 자주 쓰시던 속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