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더불어 101

오대독자 득남기(상)

오대독자 득남기(상) 웃음과더불어 2019-03-31 10:43:42 그 사람을 만난 것은 팔십년대 중반이었다. 그때 그는 자신을 오대독자라는 별명으로 소개했다. 우리 부서에 새로 전입 온 신소임 여사의 신랑되는 분이라고 했다. 우리의 동료이자 그분과 죽마고우라는 우모씨의 주선으로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랬다. 돌도 안 지난 아들이 있으니 아내의 처지를 잘 배려해 달라고 했다. 언변이 얼마나 능숙한지 초면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화제가 동서양의 역사나 철학 그리고 국내 정치와 국제 정세 등을 막힘 없이 넘나들었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에 숙부가 나왔다. 그래서 내가 오대독자가 맞느냐고 물었다. 진짜 오대독자는 아니고 별명이라고 했다. 당신네들 보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옷샘 추위

옷샘 추위 웃음과더불어 2019-03-23 20:59:13 고여사는 요즘 신바람이 났다. 일년에 한번 만나는 동창들과 1박2일 봄나들이 간단다. 남해안 삼천폰가 어디로 가서 유람선도 타고 케이블카도 탄단다. 회도 먹고 소주한잔 걸치고 노래방에도 간다고 했다. 모두들 세 곡씩 준비해 오라는 명을 받았다며 스마트폰 틀어놓고 일주일째 노래 연습중이다. 화사한 봄옷도 한벌 샀다. 그동안 백화점과 아웃도아 그리고 홈쇼핑과 인터넷 사이트를 수도 없이 뒤지고 다녔었다. 그러나 그뿐 눈요기로만 끝난 것이 몇년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거금 삼십만원을 질렀다. 사실은 고여사의 간덩이가 부은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며느리와 딸 그리고 친정 여동생까지 가담한 읍소와 협박에 마지못해 허..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사돈 사이에

사돈 사이에 웃음과더불어 2019-02-08 12:23:50 서른 하고도 몇 살인 이몽룡과 성춘향은 어느날 갑자기 이 되었습니다. 열아홉살 철부지 아이들의 불장난 덕분이었습니다. "온 동네 소문이 다 돌았는데 도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담임들은 뭘했느냐"는 질책을 받고 교장실을 나오면서 설전이 오고 갔습니다. "그 00나가 순진한 우리 백호 앞에서 꼬리를~"라고 백호를 맡은 춘향이가 옆반 진이를 탓하자 옆반 담임인 몽룡이도 그만 발끈했습니다. "꼬리를 치다니 같은 여자로서 우째 그런 말을~" 평소에는 반말로 오고가던 동기 사이의 만만하던 대화가 정중하지만 싸늘한 말투로 바뀌었습니다. 그러자 잠시 지켜 보던 또 다른 동기인 배비장선생님이 말리고 나섰습니다. "허허 참 사돈지간에 왜 이카나?" "혼인도 못한 ..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첩첩산중

첩첩산중 웃음과더불어 2019-02-02 10:43:58 언제 부터인가 박여사님의 심기가 영 불편했다. 가끔 한숨 소리가 들리고 짜증도 냈다. 말하는 것이랑 전후 사정을 살펴 보니 동기 모임을 다녀 오고 난 다음부터 그런 것 같다. 학창시절 옆자리에 앉아 공부했던 점백이가 귀부인이 되어서 나타났다고 했다. 물론 잘나가는 신랑 만나 점도 빼고 성장을 했으니 이제는 점백이가 아니라고 했다. 가끔씩 지갑을 열어 친구들에게 한턱 내면서도 티를 안내니 요즘 인가가 좋다고 했다.. "내는 그동안 머 해쓰까?" "능력 좋은 친구여?" "내보다 공부도 모했꺼등" "열씨미 노력 햇겠지" "우리는 두리 일하자나? 발버둥 쳐바아 한 사람만도~" 가만히 듣고 보니 나와 그 남자를 비교하는 듯했다. 자존심이 팍 상해서 그냥 입..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음모의 실체

음모의 실체 웃음과더불어 2019-01-17 20:46:17 변기 위에 앉아서 계속 중얼거렸다. 일종의 자기최면인 셈이다. "나갈 때는 불을 끈다. 잊지 말고 불을 끈다. 반드시 불을 끈다. 명심하고 불을 끈다. 끈다. 끈다. 끈다................" 정말이지 어제는 나갈 때까지 잊지 않았다. 나와서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정신을 바짝차리고 신중하고도 신중하게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고 나서 안방을 주목하니 방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분은 침대 위에 누워서 스마트폰과 놀고 계셨다. 나는 아주 공손하게 그러나 아주 명료하게 보고를 드렸다. "이번에는 명심하고 화장실 불을 껐습니다." "틀림 없으시겠지요" "그럼요 어느 안전이라고" "참 잘 했어요" 그리고 나는 페부기하고 놀고 있었다. 그런데 ..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오비이락

오비이락 웃음과더불어 2018-08-25 23:26:23 그 시절 우리 친구들 중에는 선생님들의 입을 빌려 표현하면 "대00만 믿고 공부는 죽으라고 안 하는 것들"이 좀 있었다. 바지의 넓이나 머리 깎는 방식 등 외모부터가 남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지적하는 선생님들의 생각이셨고 우리의 판단은 좀 다르다고 하겠다. 2학년 되고 나서 첫 시험인 것으로 기억한다. 고사성어였지 싶은데 구체적인 것은 모르겠고 교과서에 없는 문제가 하나 나왔다. 시험이 끝나고 첫 수업 시간에 친구들 중 하나가 고 항의를 했다. 선생님이 전체를 대상으로 물어 보니 배웠다는 친구들과 안 배웠다는 친구들이 거의 반반이었다. 모범생 친구들 몇 사람의 공책을 가지고 나오라 해서 점검해 보니 분명히 적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오합지졸

오합지졸 웃음과더불어 2018-08-24 00:12:03 우리에게 오합지졸이란 이름을 처음 붙여 준 사람은 우리를 가장 증오했던 김철상병이었다. 주특기 104로 기관총사병이었던 다섯 사람 중 가장 선임인 민형은 나보다 4주 먼저 입대했다. 나와 같이 입대하여 신병훈련도 같은 소대에서 받았던 김모가 있었으며 신모와 서모는 우리보다 3주 늦은 군번이었다. 하나회처럼 사조직을 결성한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입대 시기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면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의기투합했고 서로 의지하면서 혹독한 현실을 이겨냈던 것이다. 자대 그러니까 3중대 화기소대 전입하고 며칠 뒤 김상병은 우리를 보고 소위 “찍혔다”는 말을 했다. 고참보다 삼개월 먼저 제대하는 우리에게는 용서 받지 못할 원죄가 있었으리라..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전원일기_일용엄니의 착각

전원일기_일용엄니의 착각 웃음과더불어 2018-08-10 19:11:33 무더운 여름날 양촌리 마을에 자동차 외판원이 왔다. 늘씬한 연예인 아까씨들이 멋진 차 앞에서 포즈를 취한 팜플렛을 보이면서 판매 사원이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모두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는지 사려고 덤비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싱거운 사람 용식이가 물었다. "소나타 사면 이 아가씨까지 끼워 줘요?" 팜플렛에는 소나타 운전석에 앉은 김혜수가 매혹적인 미소를 띄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외판원이 용식이를 힐금 보더니 씩 웃으면서 대꾸를 했다. "아, 당연히 주지요. 사기만 해봐요" "그 봐, 내 말이 맞지" 옆에 있는 일용이가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일용이네 집 대문 앞에 새로 뽑은 소나타가 멈추어 섰다. "고모님 저..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새 것이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새 것이 웃음과더불어 2018-08-01 18:01:38 오늘같이 잔뜩 무더운 여름날 양촌리 동구밖 느티나무 그늘에서 동네 주민들이 많이 모여서 쉬고 있습니다. 용식이가 목에 힘을 잔뜩 주면서 주머니 속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꺼냅니다. 일용 : 삐까 번쩍하는 신삐네 얼매 줬어? 용식 : 내 돈은 항게도 안 드갔어 응삼 : 먼 말이여? 용식 : 그기 삼년 댔자나? 맛이 갈락말락 하는데, 마누라가 그만 세탁기에 넣고 한 삼십분? 응삼 : 긍께 최신 스마트폰이 되디? 용식 : 사장님 잘못인데, 내 돈 들어 갈 일 뭐 있나?(다들 폭소) 일용 : 손 빨래 해도 댈까? 용식 : 당근이지 그리고 한 참 후 용식 : 아~ 빨기 전에 명심할 기 항가지 있데이 다들 : 먼데 용식 : 저나 버노 반드시..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스마트폰과 돋보기

스마트폰과 돋보기 웃음과더불어 2018-07-25 14:46:24 요즘 일용엄니 신명이 났습니다. '시상에 머 이런기 다있노 ' '어데 숨었다가 이제야 나타났노' '한 십년 내 인생 헛 살았다' 대충 이런 심정이었습니다. 두 가지 안경을 벌갈아 가면서 썼다 벗었다 좀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 속에는 분명 또 다른 세상이 있었습니다. 동기는 별로 없고 후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동창회 단톡방에서는 깨톡깨톡 깨 쏟아지는 소리가 밤낮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손자들 사진이 찰나에 오고갔습니다. 기차시간 버스시간 그 안에 다 들었고 종이로 된 수첩과 장부는 지난 달에 그만 두었습니다. 서울 사는 친척 조카가 며느리 본다는 날 농사일 바쁜 일용이를 두고 혼자서 서울로 갔습니다. 김회장댁 둘째 며느리의 도움을 받아 사..

웃음과더불어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