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더불어 101

어린콩순이를

어린콩순이를 2020-07-16 14:54:27 -앗 또 이놈들이! -왜~? -아 글쎄 스물하고도 얼마 동안 곱게 키운 우리 콩순이를 -누가? -노사방인지 고서방인지 -우얄낀데? -글쎄 자블 수가 있어야지 -틀림 없이 또 올끼다” -잡끼만 해바라 내 이놈들 곤장 이백대씩 -그러만 써나? 띠개미로 발목만 살짝 무꺼서 둘러 매고 때리는 시늉만 하고 마라야지! -그렁가? -아프다고 음살 떨만 장모가 잘 바 달라고 술상 차려 내오고. -잠깐 지금 무신 말하는거여? -어차피 자네 지반 문가기 댈 사람이니 잘 대우해야 혀. -사라미 아이랑깨? -머 사라미 아이라고? 무신 말 하는거여 시방? 학실하게 말해바! -그렁께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우리 바테 드라 가이고 한창 자라는 콩 어린 순을 저렇게 잘라 먹었다 이말이다...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운우지락

운우지락 웃음과더불어 2020-07-11 00:09:00 “군자삼락이란 군자가 누리는 세 가지 즐거움을 말하는데 맹자께서 하신 말씀으로 첫째는 부모가 다 살아 계시고 형제들이 아무 탈이 없는 것을 말한다 알겠나?” 월요일 4교시 창밖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2학년2반 교실에서는 담임이신 정순해선생님의 열정적인 수업이 진행되었다. 학창시절의 경험담과 동서양의 역사나 고전 야담 등을 섞어서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셨다. 그러니 평소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시간만큼은 집중도가 꽤 높았다. 금년에 부임한 젊은 교사이기에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면도 물론 있었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 마지막 즐거움이라고 하셨지, 그런데 저기 운도는 한 시간 내내 기도만..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조심해라

조심해라 웃음과더불어 2020-06-06 23:16:50 나이로도 살만큼 살았고 집안 형편도 좀 넉넉하고 자손들도 많은 사람이 죽으면 우리 마을에서는 “국상”이라고 한다. 표준어로는 “호상”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 동네서는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조문객도 많고 먹을 것도 풍족하니 나랏님이 죽은 국상에 비유해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어느 마을에 국상이 났다. 영감님이 살아 계시는데 마나님이 먼저 죽었다. 국상이다 보니 동군(상여를 매고 산소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장난을 좀 심하게 쳤다. 상여가 나가다가 못 간다고 버티면 상주들이 노잣돈을 놓고 절을 해야 한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서도 장난을 쳤다. 그러다가 그만 상여가 돌담을 들이 받았다. 그리고 그 충격 때문인지 어쩐지 ..

웃음과더불어 2022.11.04

무슨상을 받았을까요

무슨상을 받았을까요 웃음과더불어 2019-10-07 16:39:31 딸이 우리 내외의 스마트폰에 위치추적 앱을 설치해 준 것이 2~3년 전이었다. 산에서 길을 잃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필요에 의해서 직접 설치한 것이 아니기에 그랬을까 별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2년전 전화기와 가방을 통째로 잃어 버렸다. 잠시라도 앉아서 쉬었던 곳 지나 간 곳을 찾아 다녔다. 부실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허사였다. 전화국에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기에 다음날 업무개시 시간에 맞추어 갔다. 상주시민운동장 근처(반경 200m 내)에서 조금 전(아침 여덟시 몇분)에 신호가 끝났다고 확인해 주었다. 결국은 찾지 못했고 그 다음날인가 옆사람이 "내 전화기에서 위치추적 앱을 빨리 ..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은자탑과으니화냥

은자탑과으니화냥 웃음과더불어 2019-06-17 13:00:57 테레비전에서는 축구 대표팀 귀국 환영회가 열리고 있었다. 피파 주관 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들 했다. 팔십년대 청소년 축구대회와 2002년 월드컵에서 사강에 진출한 이후에 또 하나의 기적을 낳았고도 했다. 칠푼이와 팔푼이 그리고 칠성이도 방송을 보고 나서 축구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준우승이라는 은자타블 싸코 으니화냥한 어린 선수들 증말로 자랑스럽지?" "어이 칠푼아! 은자탑은 머고 으니화냥은 또 무신 마리냐? " "금은동 할때 은이고 환향은 고향으로 돌아 온다는 말이다 알간? " "머 그럼 금자탑이고 금의환향이라캐야지" "팔푼아 똑똑한척 그마해라! 나도 그정도는 다 안다. 그런데 이번에 준우승잉께 금메달 아이고 은메달인 거..

웃음과더불어 2022.11.04

물장난불장난

물장난불장난 웃음과더불어 2019-06-10 23:26:02 기가 막히게 좋은 구경거리에 세 가지 있다고들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물구경입니다. 그런데 직접 해 보는 것은 구경보다 훨씬 더 재미가 있습니다. 여북해서 돈 내고 남의 일해주는 체험학습이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요즘 저도 가끔 물놀이라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노리에도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전인수]이고 또 하나는 [아전배수]라고 합니다. 아전인수는 가뭄에 하는 물노리입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참 신명이 납니다. 시들어 가던 작물이 소생하는 모습을 보는 감격은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옛 어른들께서 을 "흉년에 자식 입으로 밥 넘어 가는 모습"에 견주어 표현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요즘은 비오..

웃음과더불어 2022.11.04

당나라군대

당나라군대 웃음과더불어 2019-05-17 19:19:02 민국 95년 2월에 두 왕이 회동하였다. 금상은 수나라 왕이지만 며칠 후면 당나라 왕이 즉위할 차례였다. 오년마다 돌아 가면서 중책을 맡기로 언제부터인가 그리 되었다. 서로들 가슴 속에 앙금은 남아 있지만 부딪치면 공멸이라는 것을 알기에 화기애매하고 가축적인 분위기에서 가시돋친 덕담이 오고 갔다. 판이 깨진 것은 총융사의 군례때문이었다. 즉위도 하지 않은 당왕에게 금상에 준하는 예를 올린 것이 수왕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이다. 벌써부터 권력의 축이 당왕으로 기우는 것이 못마땅했는데 심복으로 믿었던 사람마저 신왕에게 아부하는 것에 울화가 치밀었다. 생각같아서는 삭탈관직하고 유배라로 보내려다 참고 그냥 한마디 내 뱉았다. "이거 머 당나라 군대도 아니..

웃음과더불어 2022.11.04

맨날오늘가트만

맨날오늘가트만 땅과더불어 2019-05-20 14:51:05 점심 먹으면서 반주로 막걸리 한잔 마시는데 엄마가 오셨다. "나도 좀 다고" "응 잡사봐, 이거 오리 고긴데 훈제라 카는기 참 맛있어" "그거 말고" "막걸리? 엄마 술 마실 줄 알아여? " "야가 먼 소리여 때마다 석 잔씩 올리 놓고" "그래도 안 마신 것 같은데?"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이냐? 오리 고기에다 막걸리까지 마시니" "오늘 두릅밭에 풀 뽑고 애썼다고 주네" "얼매나 했는데? " "니 시간 쪼매 더 했어" "빌 닐이다. 방거치가" "덥지도 않고 깔따구도 안 물어여. 오후에 또 갈껀데" "무리 하지 말고 몸 조심해" "하나도 힘 안 들어여. 나 계속 농사 짓고 살만 안댈까?" "누구 속 디비 놀라고, 일이라면 돌바눌로 재를 치는 아가..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운수좋은날

운수좋은날 웃음과더불어 2019-04-08 07:52:39 된장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조금만 더 자려고 이불을 뒤집어 썼다. 어제 밤에 아니 자정을 넘겨 오늘까지 놀았던 탓이다. 그런데 잠결에 들려 오는 아버님의 말씀에는 노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만호는 아직 자나?” “늑게 드러왔응께 좀더 ~” “잘 하는 지시다 공부한다능기” “그동안 힘드러썽께” “누군 호강했대? 지 또래들은 소몰고 밭갈았구만” “그래도 시험 끝난지 미칠 안 대쓰니”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 대충 이불을 정리하고 세수하고 안방으로 건너 갔다. 아버님은 상을 물리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계셨다. 어제 저녁에 편 갈라 내기 화투 친 끝에 라면을 끓여 먹었으니 밥맛이 영 없었다. 표시 안 내려고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는..

웃음과더불어 2022.11.04

오대독자 득남기(하)

오대독자 득남기(하) 웃음과더불어 2019-04-01 22:39:00 사실 그의 "득남기"는 남의 안방에서 일어난 은밀한 이야기이니 자세한 내막은 전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대충 전해 들은 1%의 사실에 적절히 살을 붙여 재구성 했음을 밝혀 둔다. 그는 라는 말을 가끔씩 입에 올렸다. 처음에는 그게 자랑인지 불평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명색에 걸맞게 신여사가 고고하고 기품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주변에서도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성(性)스러운 일도 오직 자손을 얻기 위한 성(聖)스러운 일이라는 그녀의 철학을 풍문으로 전해 듣고 모두들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둘째 딸이 태어나 서너살 넘기면서부터 집안 여기저기서 노골적인 압력이 들어 왔다. 노모는 그렇다 치고 어릴 때부터 차별을 받고..

웃음과더불어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