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점마을 메주
이웃과더불어
2021-01-30 23:34:42
저녁모임 갔던 송모개여사는 열한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그런데 기분이 영 언짢은 모양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봤지만 들은체만체였다. 그냥 화장실에서 양치질만 끝내더니 들어가서 누웠다. 돌쇄 양반도 시간이 늦었기에 하던 작업을 그만 두고 들어 갔다. 눕기 전에 표정을 살피려고 얼굴을 들여다 봤더니 홱 돌아 누웠다. 이런 때는 그저 모르는 척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돌쇄양반은 잘 알고 있었다. 옆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깜박 잠이 들면서 돌쇄양반이 코를 골았던 모양이다. 송여사는 짜증을 내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갔다. 기분이 엉망이니 잠도 안오는 모양이었다.
다음날은 일요일이라 느긋하게 일어났다. 아침을 먹으면서 돌쇄 양반이 물었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다 댄 바배 재를 뿌리자나"
"먼 마리여"
"망내 시누가 농사지은 고사리 소개해서 다섯 봉다리씩 다섯 사람이 사주기로 햇거등"
"잘 핸네"
"그런데 말순 그기 늦게 와가이고 장애 가만 오처넌 한다나 어쩐다나"
"그거 모르는 사람 읍썰긴데"
"머?"
"고사리도 그렇고 고추도 마늘도 다그래여 농사 지인 사람 한태 사만 헐씬 비싸거등. 그래도 그게 국산이라는거 항가지만 믿고 사멍는거야"
"그렁가? 그래도 하긴해 바야지 말순 그거 말만 드꼬 맘 빈핸는지 모릉께"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더니 송여사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디서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을 해봤습니다. [시장에 가면 5천원만 주면 살 수 있다]는 말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허구입니다. 요즘 외국에서 수입한 농산물이 우리 식탁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격만을 단순비교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농업이라는 것을 알아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땅에서 나는 농산물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맛과 품질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알아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송모개 여사가 소개하는 고사리를 비싼 것을 알고도 구입하시는 분들이 틀림없이 그런 분이라고 하겠습니다.
바닷가 횟집에 가서 회를 먹어도 그렇고 길가다 현수막이 걸린 원두막에서 참외나 수박을 사 먹으면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사 먹는 사람은 모두 생산자의 얼굴과 신용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가리점 마을 메주가 출하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쇼핑몰 검색을 해보니 우리보다 싼 것도 많습니다. 세상사가 요지경이라 어떻게 그런 가격이 나왔는지 저희로서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콩으로 정성을 다해서 만든 제품이라는 것만은 장담합니다. 생산자의 얼굴과 신용을 보고 사 주시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