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88

처마밑곶감

처마밑곶감 땅과더불어 2020-01-15 12:06:34 “누가 이딴걸 먹게써?” “생긴거보단 마슨 이써!” “때깔이 나야 하는데 거무티티항기 영~” “고운 거는 다리가 마이 만등께 우리는 상대가 안대여. 그렁께 옌날 꼬깜으로 구세대의 향수를 자그카는 거여” “글쎄 그기 통하까? 그런데 쪼매 비싸다” “당근이지, 자연건조자나!” “머?” “얼미년인가 운젠가 날씨때매 꼬깜 폭싹 써거서 버린거 기억나여?” “그건 우리 사정이지” “생산가정에 발생하는 모든상항을 원가에 반영~” “먼마리여? 한국말로 하자구!” “엄~ 이를테면 음석장사는 팔다가 나마가이고 버리는것도 웡까에 너어야 하고” “그래서?” “술장사는 외상 놧다가 띠~는거까지 개산해야 댄대여” “ㅉㅉ 어데서 주서 드른건 이써 가이고. 마른 그럴듯 한데 ..

땅과더불어 2022.11.04

1호조합원의 임무

1호조합원의 임무 땅과더불어 2019-12-23 10:55:17 금년에는 농사 지은 무로 말랭이를 조금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먹기에는 양이 조금 많다는 생각에 상주생각(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직매장)에 출하하기로 했습니다. 비닐팩에 가득 담으니 220g이 되었습니다. 생산자가 가격을 직접 매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얼마를 받아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지고 나가서 보니 누군가400g을 담아서 5000원에 내 놓으셨습니다. 너무 비싸면 욕먹을 것이고 너무 싸서 덤핑이 되어도 동업자에 대한 도리가 아닙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2700원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매장에 무가 떨어졌다는 문자를 받고 생무도 10개를 가지고 나갔습니다. 나가 보니 다른 사람에게도 문자가 갔는지 이미 무..

땅과더불어 2022.11.04

들깨 베기

들깨 베기 땅과더불어 2019-11-18 22:07:08 전하께 숙배를 드리고 난 뒤 주위를 살펴 보니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일부는 동정과 연민이 가득 담긴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나머지는 외면했다. 좌정을 하고 나자 형조판서가 일어 나더니 나를 향해 시비조로 질문을 시작했다. "지난 유월 축성사의 소임을 맡은 적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때 서북지방에 성을 쌓았지요?" "예!" "그 임무 제대로 수행했습니까?" "능력은 없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최선이라? 그 비용 다 빼돌린 거는 아니구요?" "머머 머~시라구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와 더듬거리는데 옆에서 호조의 우대감이 나섰다. "나라의 형편이 안 좋아서 새참으로 막걸리하고 간단한 안주겸 간식외에는 경비 지원한 적이 없습..

땅과더불어 2022.11.04

산악훈련과 제초작업

산악훈련과 제초작업 땅과더불어 2019-09-09 09:18:08 마치 법무부 장관의 임명 여부를 놓고 고심하시는 그분 같았습니다. 며칠째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시더니 고 토요일 저녁에 선언하셨습니다. 마음 속으로 만세를 불렀지만, 사정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지만, 표정관리를 하면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동맹국의 혼사가 있기에 부득이 참석해야만 합니다." "내일 작전을 앞두고 소신은 만반의 준비와 각오가 다 되어 있사옵니다." "국내 치안과 소득 증대도 중하지만 지도자의 임무는 그게 전부가 아니지요." "지당하십니다. 해외 순방하면서 외교도 해야 하는 것 소신도 그정도는 알고 있사옵니다. 그래야 유사시에 그들도 우리를 도와 주는 것~" "내가 없는 동안 내정을 잘 챙겨 주시오" "여부가 ..

땅과더불어 2022.11.04

참깨수확

참깨수확 땅과더불어 2019-08-23 14:58:47 영감은 왜 안 하느냐고 엄마가 핀잔을 주셨다. 저들 농사 저가 하도록 내버려 둬야지 자꾸 도와 주만 버릇 나빠진다고 아부지께서 말씀 하셨다. 참말 그렇다고 엄마도 맞장구를 치시더니 논둑에 걸터 앉으셨고 아부지께서는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셨다. 옆사람과 함께 베고 묶어서 차 있는 곳까지 옮겨 실었다. 다 흘리고 머 남는기 있냐고 빨리 안찌고 머 했냐고 윗논에서 일하시던 아지매가 참견하셨다. 그때 엄마가 나섰고 애꿎은 누님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김시리 너도 너무하구나!" "왜 엄마?" 놀란 눈을 하고 누님이 반문을 하셨다. "철모리는 동상이 저키 애를 쓰만 도아 주고 갈구치 조야지!" "쟈가 철을 몰라요? 그리고 대구서 여개까지 얼매나 먼데?" 나는..

땅과더불어 2022.11.04

풀을베고나서

풀을베고나서 땅과더불어 2019-08-15 12:52:07 오랜만에 청너머 밭에 가보니 풀이 산을 이루었다. 두릅나무는 무성하여 그 밑으로는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가죽(참죽, 죽잎)나무와 산초나무 가까이에 있는 풀만 낫으로 대충 잘라 주었다. 엊그제 보다 기온이 좀 내려갔다고 하는데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나머지 풀은 나중에 예초기 손좀 봐서 잘라 줄 작정이다. 산초나무가 꽃이 한창인 것도 있고 벌써 알이 굵은 것도 있다. 한 밭에 있는 것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계피(재피) 나무가 비슷하다는데 혹시 그것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잘 아시는 선배님한테 사진을 보내니 모두 산초가 맞단다. 작년에는 뒷집 언덕에 있는 나무에서 딴 산초로 처음으로 기름을 짰다. 이홉들이 소주병으..

땅과더불어 2022.11.04

누이좋고매부좋고

누이좋고매부좋고 땅과더불어 2019-07-10 19:11:19 "빨리 일어나 물 받아야지?" "나중에 해도 대요" 어제 예비적마을기업 실무자교육 받고 와서 늦은 시간까지 페부기하고 놀았던 관계로 좀더 자고 싶었다. 그래서 짜증이 좀 났지만 내색은 못하고 홑이불을 머리까지 덮어 썼다. "아래도 받다가 물이 모지래서 그만 돗다민서?" "그땐 딴 집에서 받니라~, 오늘 오후에 비오고 나만 급팔거 항게도 읍서요" "백수는 공일날 놀러가만 안댄다고 니가 캐찌?" "주말에는 직장에 매인 사람들이 모두 움직잉께 그때를 피하만 그 사람들도 조코 백수는 평일날 가만 비행기 싹도 헐하고 식당 숙소등 모든기 싸서 누이조코 매부조은 격이지요. 그런데 왜 그 이야기가 지금 나오지요?" "상간 이따" "예?" "지금 물 바드만 ..

땅과더불어 2022.11.04

어망으로 성을쌓다

어망으로 성을쌓다 땅과더불어 2019-06-17 16:27:05 주상께서 부르신다는 기별에 자다가 일어나 세수도 대충하고 허둥지둥 입궐을 했다.. "저~언하 축성사에 새로이 제수된 칠성 대감 입궐하였사옵니다." "어서오시오 임대감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소?" "낙향하여 이웃들과 어울려 귀거래사나 읊으며 여유롭게 살고 있으니 주장전하의 은혜가 하해와 같사옵니다." "변방지역이 소란하여 어쩔 수 없이 대감을 다시 불렀소." "초나라 병사들이라면 일전에 호미 장군께서 평정하신 걸로 아옵니다만" "변방을 넘나들며 백성들을 괴롭히는 것들이 어디 초나라 오랑캐 뿐이겠소" "하오면?" "노나라 오랑캐들이 서북지역에 자주 출몰하여 금년 농사를 망칠 지경이라는 아우성이오" "오랑캐들을 소탕하는 일이라면 무장을 보내시지 어..

땅과더불어 2022.11.04

사장님의음모

사장님의음모 땅과더불어 2019-06-02 17:38:46 뒷뜰 논에 가서 하우스 문을 열어 주고 청너머 두릅밭으로 갔습니다. 해가 떠 오르고 난 뒤 너무 늦게 문을 열어서 고추가 삶긴 듯 시들시들해서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무 탈이 없은 듯이 소생했지만 다시는 그러면 안된다고 명심하고 있습니다. 두릅밭은 줄기와 잎이 제법 무성하게 자라서 이제는 통로가 아니면 빠져 다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무 사이에 자라는 풀은 낫질도 어렵고 뽑기도 어려워 이제 포기하는 단계입니다. 그래도 자세히 살펴서 나무를 감고 오르는 덩굴이 보이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제거해 줍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줄기들을 상자에 담아서 차에 실었습니다. 작년에 잘라서 잘 마른 것과 금년에 자른 줄기를 구분해서 담으면 좋으련만 번거로..

땅과더불어 2022.11.04

말뚝박기

말뚝박기 땅과더불어 2019-05-25 17:08:11 고추가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다섯 포기 간격으로 어제 말뚝을 박았다. 그리고 가는 끈을 돌려서 묶어 주는 일은 나중에 할 것이다. 노지 재배보다 키가 더 많이 자란다고 해서 150cm 짜리 말뚝을 준비했다. 예전 것보다 조금 높아서 망치질이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에 콘테이너 박스를 준비했고 그 위에 올라서서 때리려 했다. 내 키가 160 조금 더 되고 그냥 밀어도 조금은 들어가니 올라서는 하는 일은 결국 없었다. 망치를 세게 휘두르면 빗나가 말뚝을 잡은 왼손을 칠 염려가 있다. 잡지 않으면 똑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언젠가 보았던 밑둥이 넓은 망치 (빗맞을 가능성이 적음)를 빌리러 갈까 생각도 했다. 그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내다 보니 후배 안..

땅과더불어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