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더불어 101

복상 사~

지금은 그런 사람 없겠지만 참으로 야만의 시대였다. 그리고 측실이었던 그 여인의 팔자는 기구했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고 난 뒤 겨우 얻은 서방이 본처가 시퍼렇게 두눈 뜨고 살이 있는 사람이었다. 가뭄에 콩나듯이 그것도 대낮에만 다녀갔다.아기다리! 고기다리! 덩거대가 찾아온 그날도 오늘같이 무더운 한여름 대낮이었다. 눈물반 정성반 섞어서 점심겸 주안상을 차렸다. 기다리던 그 동안의 사연과 이웃들로부터 받은 냉정한 시선 등을 한숨 섞어 쏟아 냈다.서방님은 담배 한대 빼물고 측실은 주안상을 치웠다. 이부자리를 펴는 도중 골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큰 소리로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나왔다. "복상 사~!"무시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 피우던 담배를 짜증스럽게 눌러 끄면서 서방님..

웃음과더불어 2024.08.24

염장군의 상대

조회 시간에 전하께서 하문하셨다.“왜 이리 날씨가 덥습니까? 하(夏)나라 군사들은 아직 물러갈 기세가 없답니까? 도대체 추(秋)장군은 뭘 하고 있답니까?”좌의정이 아뢰었다.“전하 추장군은 하나라 염(炎)장군의 적수가 못 되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寒)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시옵소서. 압록강 건너 설(雪)장군이 백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대기하고 있답니다.”그러자 우의정이 나섰다“우(雨)군의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추장군을 두고 그리 말씀하시면 아니 되지요. 게다가 한나라 설장군을 불러 들이다니 큰일 날 말씀이오”그러자 다시 좌의정이 나섰고 격론이 벌어졌다.“큰일 난다니 그 무슨 망발이오?”“하나라 임금한테서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는 첩보도 있고 병사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는..

웃음과더불어 2024.08.01

재복이 생일

팔푼 : 자~자~,  다들 조용히 해봐! 오늘이 재복이 생일이라고 회장 칠푼이가 한턱  쏜다네. 고맙다는 의미로 다 함께 박수!재복 : 허 그참!  내 생일날 회장이 왜 내? 그리고 아직 멀었거든 내 생일.팔푼 : 어제 회장이 전화로 그렇게 말했는대?칠푼 : 재복날이라고 항그릇 사겠다고 했지.팔푼 : 그게 그말 아닌가?칠푼 : 허참 복날도 몰라? 열흘 전에 초복이고 열흘 뒤엔 말복이고 오늘은 재~일호 : 초복 말복은 알겠지만 재복은 금시초문이다.병태 : 혹시 중복을 두고 하는 말 아니냐?칠푼 : 아! 맞다 중복~병태 : 그럼 재복 다음에는 삼복이 아닌가?일호 : 하나만 알면 혼동할 일이 없는데 너무 많이 알아서 헛나온 말이구만! 칠푼 : 고맙지만 그건 아이다. 너들도 나처럼 나이 먹어 보면 안다.병태 :..

웃음과더불어 2024.07.24

산애진미

갑식 : 이거는 두릅, 저거는 고사리, 그리고 옻순.을수 : 니는 좋것다.갑식 : 왜?을수 : 기한 사내진미를 맨날 먹응께! 갑식 : 해군도 읍시 초군만 사열인데 산해진미는 무슨?을수 : 나는 산-해-진미라 안캤다!갑식 : 먼말이여?을수 : 산-에-진미 그렁께 산에서 나는 ~갑식 : 으이그! 싱그운 사람!병섭 : 을수 니도 매일 먹자나 사내진미!을수 : 그건 또 뭥미?병섭 : 회사출건 하만 구내 식당에서~!갑식 : 아참 병섭이 자네 정년했다며?병섭 : 좀 쉴라캉께 세상이 가만 안두네!갑식 : 그럼?병섭 : 만우절 종무소로 출근해서 점심은 절밥으로~갑식 : 그럼 자네도 사내진미?정업 : 야들아 나는 삼시세끼 사내진미 멍는다.갑식 : 뭐라?정업 : 혼자 사는 싸나이가 손수 마련한 음식 사내~무식 : 입만 살..

웃음과더불어 2024.04.28

표절 자백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개학이다. 첫번째 국어시간 각자 써 온 작품을 돌아가며 읽었다. 드디어 칠푼이 차례였다. 자신만만하게 일어서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낭독했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춘풍/ 다 보내고// 낙목 /한천에 /네 홀로/ 피었느냐//아마도/오상 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여기저기서 감탄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럴 때는 박수를 치는 거야" 반푼이가 일어서더니 운동회 응원단장처럼 손짓으로 부추겼다. --낙목한천이 무슨 뜻이냐?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늦가을 풍경입니다. --오상고절은? --오상은 옆동네 00면 오상리를 말하고요, 그 동네 노푼 곳애 즐이 있슴미다. --저기 가서 무릎 꿇고 손들어! 사실은 고등학생 헝아 국어책에서 칠푼이와 팔푼이가..

웃음과더불어 2024.04.16

변절공파 중도파

칠푼 : 시야는 어디 사람이야? 칠성 : 가리점서 태어나서 자라났고 타관 객지 떠돌다가 다시 가리점 들어와서 사는데 왜? 칠푼 : 그만 예천 사람 아이잖아! 칠성 : 예천 사람이라니? 칠푼 : 시야가 쓴 글에 그러케 나와여. 칠성 : 도대체 무슨 말이야? 칠푼 : 교지 예천인 임칠성 병신생~ 칠성 : 아 그거? 내가 예천임가니까 예천인이라고 한거야. 칠푼 : 그만 예천 사람캉 예천인이 달라여? 칠성 : 그런 셈이지. 칠푼 : 족보를 봉께 사우들 중에 상주 사람이 안 보이서 이상했는데 그말이구나. 그만 나는 만주 사람이네! 팔푼 : 그럼 너도 만주갑씨냐? 반갑다. 나는 변절공파 28대손인데 너는 무슨 파냐? 칠푼 : 울집은 중도파라 카던데? 팔푼 : 좌파 우파 그렁거 다 치아 뿌라마! 요즘 쪽파가 대새라~..

웃음과더불어 2024.04.04

호두까기 인형

칠푼 : 즈거로 추자 깡께 심이 너무 들어여! 팔푼 : 새로 장만해 안전 자동으로 칠푼 : 그렁기 잇써까? 팔푼 :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차이코프그석이가 맹근거~ 칠푼 : 추자까는 기계 아이고? 팔푼 : 어이그 칠푼아 호두나 추자나! 칠푼 : 그만 인형하고 기계도 가태여? 팔푼 : 시키노만 지가 알아서 다항께 인형이 기계보다 백배 낫지. 로봇청소기 맹쿠로! 칠푼 : 아하 긍께 추자까는 로보트구만! 팔푼 : 그어~럼! 삼십하고도 몇년 전 장모님 따님께서는 추자를 열심히 까서 아들에게 먹였다. 속 알갱이가 사람의 주름진 두뇌를 닮았다고 했다. 그래서 저것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공부를 잘한다고 아들을 달래면서 먹였다. 사진 속의 저 연장도 그 때 산 것이다. 요즘은 먹기 좋게 잘 까서 예쁘게 포장한 상품 마..

웃음과더불어 2024.03.29

밧데리 절약의 비결

삼년 넘게 사용하던 전화기 그만 맛이 갔다. 옆사람이 쓰던 것을 임시로 사용하다가 결국은 다시 구입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성능이 좋아졌지만 광각 카메라(0.5배)가 마음에 들었다. 짧은 거리에서도 넓은 범위를 촬영할 수가 있기에. 밧테리 성능도 만족스럽다. 나흘을 사용해도 50% 가까이 남았다. 그전에는 하루를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아침에 나와서 저녁에 들어가기까지 아슬아슬한 적이 참 많았다. 칠푼 : ㅉㅉ 안바꽈도 대는걸 갠히 헛돈 썼구만! 팔푼 : 머라카노? 칠푼 : 밧때리 핵기적으로 오래가는 비결이 있대여! 팔푼 : 우째하만 되는데? 칠푼 : 버스나 기차 타고 어대 갈 때는 반드시 책 항건 챙기가만 된다네. 팔푼 : 에이, 말도 안대여! 칠성 : 학실해여! 내가 미칠 즌에 서울 댕기 오민서 해바..

웃음과더불어 2024.03.19

먹거리

들풀 : 마음이 먹거리라네요! 칠성 : 먼 말이유? 들풀 : 마음만 먹으면 다 댄다는 말이 있지요! 칠성 : 먹어도 사알이 못가만 조은 먹거리는 못대유! 들풀 : 그건 또 무슨 말이유? 칠성 : 작심삼일이 그른 뜻 아니엇수? 들풀 : 와 유식한 임슨상님! 칠성 : 어~흠 내가 이래 봐도~ 들풀 : 사알 날 가도 똥만 참으만 배 안고파유! 칠성 : 어매! 사람~ ============= 아 그런데 제가 잘 못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먹거리도 사흘 가는 것이 없었습니다. 마음이 최고의 먹거리라고 인정하겠습니다.

웃음과더불어 202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