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150

해일과 쓰나미

"해일"과 "쓰나미"라는 말이 다릅니까? 조금 다르다고 해도 우리가 "해일"이라고 계속 쓰면 그 개념이 확장되어 "쓰나미"가 그 속에 포함되는 것이 말의 속성입니다. "쓰나미"가 그 분야의 전문 용어로 국제적인 공인이라도 받았습니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그런 말을 사용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분명히 해일이라는 말을 배웠는데 언제부터인지 쓰나미라는 말이 계속 들리네요. 금방 여섯 매체를 조사해 보니 중앙 하나만 빼고 다섯 곳에서 쓰나미라고 썼습니다. 중앙일보를 칭찬해 주겠다고 마음 먹었더니 "지이름"을 영문자로 적었네요. 칭찬은 무슨 0뿔~

세상과더불어 2024.01.02

책임은 위에서

어린 시절 밥하고 반찬 만드는 것은 대부분 누님이 하셨다. 스물두살에 누님이 시집갈 때까지 어머님은 그런 일 못하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버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그 불똥은 어머님께로 튀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큰집에서 제사를 모실 때, 부엌에서는 어머님과 누님 그리고 당숙모님들이 분주하게 일하셨고 종부이신 큰어머님은 안방에서 샛문을 통해서 부엌으로 지시를 하셨다. 큰아버님께서 질책을 하시면 큰어머께서 뭐라고 변명을 하셨다. 누님이 하신 일에 어머님께 불똥이 튀고, 부엌에서 하신 일에 큰어머님이 변명을 하시는 세상의 도리를 이해한 것은 나이를 좀더 먹고 난 뒤의 일이었다. 신군부의 횡포에 맞서다가 35년전에 돌아가신 분 앞으로 대통령 명의의 연하장이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

세상과더불어 2023.12.30

만사불여일권

–만사불여일권! –거개 무슨말? –그렁께 댓글 만개가 책항건만 모하다! –어이 그말이 더 어렵다. –내 말 자시 들어 보더라고! 모모 작가님과 페이스북에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열심히 댓글도 달고 아부를 떨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이 시점 잘 나가는 작가님과 페친이라고 목에 힘을 줘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안보였습니다. 찾아가 보니 대문이 굳게 잠겼습니다. 잠시 출타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수시로 출입을 하네요. 아하 저만 접근금지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메신저로 책구입(사인본) 안내가 두어번 왔었는데 제가 소홀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만사불여일권!”은 “공치사만 하지 말고 내 책 한권 사줘” 이런 말입니다.

세상과더불어 2023.12.21

만점자가 수석이 아니란다

시골 중학교에서 남녀학생이 수위를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 수위 경쟁에서 기술(가정)과목이 승부를 결정 지을 때는 교무실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특정 과목이 너무 쉬워서 남학생(여학생)이 유리했다는 언쟁이다. 담당과목 교사만이 아니고 남학생반 여학생반 담임까지 가담해서 논쟁은 뜨거워졌다. 수능에서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표준점수다. 개인이 얻은 득점을 그 과목(집단)의 평균점수와 비교하고 또 표준편차 등도 반영하는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어디까지나 가정이고 극단적이지만)를 들어 보겠다. 기시다는 일본어에서 100점을 받고 메르켈은 독일어에서 98점을 얻어서 각각 1등이었다. 과거의 남녀공학 중학..

세상과더불어 2023.12.10

오빠!

--오빠, 오랜만이네요! --뉘신지? --0미 친구 ㅁ주라요!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에~이, 오빠는! 그냥 편하게 말씀 하세요! ------------ --말씀 낮추시라고 전번에 말씀드릿자나요? --그럴 수야? --그럼 ㄱ숙이한테는 왜~ --가는 집안 동생뻘이지요! --아니, 아직도 집안 따지고 성씨 따집니까? ----------- --말씀 낮추시라니까요. 임씨 아닌기 무척 설벘는데 아직도! --아니 그게 아니~ --그럼 먼데요? --그쪽 모친께서도 나한테 예의를 갖추는걸~ --우리 엄마가요? --말씀 낮추시라고 하니 사가간에 말도 안 된다고 하시면서~ --에이, 그건 엄마세대 예법이고 우리는 그냥 핀한대로 합시다. ----------- 내가 자란 동네는 집안이 많았다. 외손까지 포함하면 순수..

세상과더불어 2023.12.09

저력

반푼 : 히아야 즈력이 머야? 온푼 : '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밑바탕의 든든한 힘'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오네 칠푼 : 그런 심이 잇대여? 온푼 : 평소 약해만 보이던 사람이 뜻밖의 능력을 발휘할 때 쓰는 말이지! 반푼 : 119 대 29로 저노코 저력을 비 줏다는기 말이 대여? 온푼 : 좀 거시기 하구먼! 팔푼 : '低力'이니까 힘을 두고도 지대로 써먹지 모했다는 말이 아닐까 온푼 : (그 한자가 아닌데) 칠푼 : 힘을 두고도 못 썼다고? 팔푼 : 종국이 정은이하고 싸우니라 힘 다 빼고 나니까 칠푼 : 가들하고는 왜 싸우는데 팔푼 : 미균이 일국이 따라 댕길라카만 어쩔 수 읍겠지 칠푼 : 가만히 있어도 미균이 일국이가 다 해주는거 아니엇서? 팔푼 : 미균이 따라 댕기는 아들이 음청 만티야. 우지 가가 우리..

세상과더불어 2023.11.29

솔선시범

칠푼 : 헝아야 솔선시범이 머라? 팔푼 : 남보다 앞에 서가이고 행동으로 다리의 뻔을 빈다는 말이여. 그런데 각중에 왜 그걸? 칠푼 : 그런 말이 아이던데? 팔푼 : 맛거덩! 칠푼 : (솔)개맹구로 잽싸게 내꺼부터 먼저(선) 챙기는걸 (시범)으로 보여주능기 솔슨시범이래 팔푼 : 누가 그카디? 칠푼 : 큰 시야가 그카싯서. 팔푼 : 그참 알송달송하네. 덧부친 이야기가 읍디? 칠푼 : 허리띠 깍 매라고 닥달하민서 해왜 나갈 지돈은 먼저 챙긴다고~ 팔푼 : 누기 두고 하신 말잉가? 칠푼 : 다칠지도 모릉께, 더 이상 알라고 나서지 마래여! ========================== "솔선시범"이라 쓰고 "솔선수범"으로 읽습니다.

세상과더불어 2023.11.21

집에 계신 신부님께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빈부귀천이 장애가 될 수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잘 것 없는 한 남자가 격에도 맞지 않게 고상한 집안의 딸을 사랑했던 모양이다.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약혼을 하고 결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뺑소니차에 받쳐 다리를 심하게 절게 되었다. 결국 그 여자는 파혼을 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자기를 짝사랑하던 그 남자와 혼인을 하였다. 다시 말해서 그 남자는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오르게 된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극한 정성으로 그녀를 아끼며 평생을 살았다. 그래도 죄책감을 이기지 못했던지 어느 날 그 남자는 고해성사를 했다. 다 듣고 난 신부님은 "이 고해성사는 내가 받을 것이 아니고 집에 계신 부인께서 받으셔야 합니다."라고..

세상과더불어 2023.10.30

육이구선언

--당이 주도적 역활을 한대여! --누가 그카디? --기연이가! --이때까진 안했어? --모햇지! --왜? --생각해바 대표 누가 시키줫는지! --그만 아푸론 우째 하는대? --미리 검사 밧고 하는 말일꺼야. --뭐어?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고 발표해도 될까요? 하고 --에이 그건 육이구 선언이야! --마자, 태후가 두한이 한테 덤비는 척~ 벌써 삽십몇년 전에. --돌고 도는 기 역사야, 다른거 갓지만 묘하게 달믄거.

세상과더불어 2023.10.16